1월 10일. 20년을 함께한 세탁기와 안녕을 고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애써준 세탁기는 분해되어 찌그러져 눌린 채로 우리집을 떠났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가전제품은 그냥 가전제품이 아닌가 보다. 냉장고와 헤어졌을 때도 그러더니 오늘도 울컥했다. 엄마도 그랬으리라. '그동안 고마웠어.'
정체를 알 수 없는 필름을 스캔 중이다. 필름에는 94란 숫자가 선명하다. 찍은 지 아주 오래된 필름을 세롤 맡겼었는데, 내 필름인 줄 알았던 그 필름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 중에 이 필름. 누군가의 장례식을 찍은 이 필름은 누구의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아는 얼굴은 없다. 동생들 것은 아니고, 아빠가 찍으신 것일까? 다 스캔하고 보여드려야겠다. 아니면, 현상소에서 바뀌었을까? 오래된 필름끼리 바뀌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